전체 글 (68)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름 없는 생명에게 유난히 늦은 저녁을 먹은 날이다. 운동도 하지 않고 나른한 하루를 보냈기 때문에 동네 마실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제법 따뜻해진 밤거리를, 그래도 차가운 공기가 남아있는 거리를 걷는다는 건 즐겁고 로맨틱한 일이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십 분쯤 걸었을까, 운전해서 지나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사각형의 구조물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는 곳이다. 운전해서 지나칠 땐 눈에 잘 띄지 않았는데, 마치 고래의 갈비뼈를 통과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게 이어진 터널 같은 곳. 그 안으로 들어서자 저 멀리 큰 상자 같은, 검은 물체가 보였다.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웅크리고 있는 작은 고양이. 그래, 너를 보았다. 헤헤, 통통한 고양이다. 동네 고양이를 알아가는 것만큼 재밌는 산책길이 또 .. 언제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까 김기홍님을 보며, 변희수 하사를 보며... 나는 언제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까. 지금은 절대로 죽지 말아야지 죽어도 나를 죽이지는 말아야지 생각하는데 지금이 괜찮은 건지 아닌 건지도 모르면서 어디가 절망의 끝인 건지도 모르면서 내 삶이 어디까지 흔들릴지 모르면서... 그래도 나 여기 있다고 우리 같이 꼭 살자고... 말하고 싶다 연애? 결혼? 서른 중반, 이런 대화 - 결혼을 생각하고 만남을 갖는 건 미련한 일인가? A: 네가 결혼하고 싶은 이유는 뭐야 아니면 결혼을 생각하고 만남을 가지고 싶은 이유는 뭐야 - 난 늘 결혼이 하고싶었어, 내꺼라는 찜꽁 A: 넌 누군가를 찜꽁하면 떠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을듯 실례로 여기 찜꽁당한 두 여인이 자꾸 도망가려 하잖아 - 불안해하지 않고, 상대를 믿고, 천천히 가는 연애를 하는 건 안해봐서 그런지 너무 무서운 일이야 A: 아픈 과거를 소환해서 매우 미안한데 같이 집을 사도 깨지는게 연인이야 결혼을 했다고 다를까?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연인과는 연애를 지속할 필요가 없다는 건 나의 좀 단편적인 생각이었음 난 그것에서 자유로웠다면 더 즐거운 연애를 했을 것 같아 결혼을 생각할까? .. 은행으로 뛰어가 돈을 보내게 만들다니, 보이스 피싱. "내 주머니에 돈 들어오기 전에 받을 게 있다고 하면 다 사기예요!" 어쩌면 순진해져 버린 걸지도 핑계부터 대야겠다. 정신 멀쩡하던 날 눈 뜨고도 코 베이듯 당했던 건 아니라고. 스물아홉이었다. 친척들이 언제 결혼할 거냐는 질문도 하지 않던 즈음. 나는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피해자인 척하고 싶진 않지만 당시 나에게는 도피만이 살 길이었다. 한국에서 견뎠다면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모습일 수 있었을까. 어쨌든, 얼마 전까지 호주에 살았단 게 거짓말인 것처럼 벌써 아득해져 버린 시간. 돌아온 나는 서른넷이 되어 있었다. 안 그래도 정신이 제대로 들지 않아 이 시간이 현실인지, 꿈인지, 취한 건지. 카레이싱을 마치고 갓 내린 것 같은, 방방을 십분 이상 타고 마른땅을 밟은 것 같은, 울렁이는 어지러움이 아직.. 이전 1 ···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