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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퍼스) 정착기

[호주 퍼스] 미쳐 날뛰는 호주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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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인적으로 가장 큰 화두가 있다면

집이다.

집.

 

처음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떠났을 때나, 호주로 와서 머문 몇 년의 시간 동안

나는 캐리어 두 개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삶이 너무나 무겁던 시기.

한 시간 내 싸고 풀 수 있는 가볍디 가벼운 짐이야 말로 나의 방황과 혼란을 그대로 보여주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길고 어두웠던 터널을 지나 호주 퍼스에서 뿌리를 내려보려는 요즘

그리고 꽤 잘해나가는 나 자신이 기특해져 가는 이 무렵,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으니

그것은 바로 주. 택. 난.

 

코로나로 잠시주춤 + 약간의 하락세까지 보였다던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한 것이다.

방 3개, 화장실 1개 또는 2개짜리 집이 두 달 만에 1억 5천~2억이 넘게 오르는 걸 목격하면서

솔직하게 말해, 나는 희망을 잃고 있다.

 

처음 호주 퍼스로 온 2023년 3월, 집을 장만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우리는 짝꿍 부모님 댁에 얹혀살기 시작했다.

그래도 직장을 구하는 대로 우리 집을 장만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당연하게(?) 꿈을 품고 있었다.

 

올해 초가 지나면서 드디어 우리 둘에게 약간의 안정기가 찾아왔다.

짝꿍이 어느 정도 마음에 들어 하는 직장에 취업했고, 나도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일자리가 생긴 것이다.

우리는 '이제 집을 구해볼 수 있겠구나' 하며 시장 조사에 나섰다.

 

호주에서 집을 구하는 데는 매매와 렌트를 합쳐 https://www.realestate.com.au/ 가 제일 많이 이용된다.

당연히 여행자나 워홀러가 아니라 워크비자, 장기 학생비자, 영주권자 같은 이민자에게 해당하는 얘기지만

일반 호주사람들을 포함해 거의 유일무이한 웹사이트라고 할 수 있겠다 (앱도 있음)

 

 

 

2024년 4월 초까지만 해도 매물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원하는 동네에 매물이 나와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코로나 이후 몇 년간 집값이 꽤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얼른 열심히 발품 팔아서 내 마음에 드는 집을 찾고 말 거라는 용기(?)가 샘솟곤 했다.

 

웬걸, 

시간이 갈수록 집 값 상승 폭은 커져만 가고 있다. 매주 거래가를 경신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매물이 메말라가고 있다. 거의 호주땅 한가운데 사막처럼.

나는 급하게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분위기를 살피기 시작했는데,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은 이렇다.

호주 퍼스는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애들레이드 등 주요 도시+신흥 도시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동안 나름 평가절하된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던 지역으로

 

코로나로 인한 폐쇄가 끝나면서 다시 급증하기 시작한 인구 유입,

코로나 기간 동안 건설 경기 침체 및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건축 업체가 도산하면서 집을 지을 전문가와 회사의 부족,

중국 경제 활성화로 퍼스 경제를 이끄는 광산 산업의 부흥,

미국 잠수함 건설 수주로 인한 인력 유입,

서호주가 호주 영주권을 받는데 도움이 되는 가점 지역으로 이민자 유입 증가 등

엄청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쉽게 개선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 때문에 집값이 미쳐 날뛰고 있는 것이다.

온갖 투자자와 실 수요자가 뒤섞여 일주일에 몇천만 원에서 억대를 뛰어오르는 미. 친. 집. 값.

 

몇억씩 통장에 넣어둔 사람이 아닌 이상, 대출을 끼고 주택 구입을 할 수밖에 없을 텐데

호주는 대출한도를 알려주는 것을 pre-approval이라고 해서,

자기 월급 명세서와 신용카드 대금 등 은행이 요청하는 정보를 제공하면 얼마까지 대출이 가능한지 문서로 알려준다. (3개월 유효)

집을 구하는 사람은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면 자기가 집을 살 의사가 있다고 써내야 하는 서류와 pre-approval을 제출해 의향을 표시하고, 집주인이 제시한 금액과 구매자를 수용하면 거래가 성사된다.

부동산 중개사(?)는 백 퍼센트 집주인(판매자)에게서 비용을 받기 때문에 가능한 높은 가격에 판매하려고 하는데 판매하는 집 개/보수, 집 사진 촬영, 집구경 기간 동안 집을 꾸미는 경우 그런 것까지 담당해서 처리하는 것 같다.

 

내가 지금 영주권을 온전히 받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집 명의에 나를 올리면 기본 인지세에 7%를 더 내야 한다고 해서 짝꿍 단독 이름으로 pre-approval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바로 맞는 직격탄은 대출 한도가 대폭 낮아진다는 것. 

내 급여는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래도 내 급여가 쓸모가 있구나 싶으면서도 막막하다.

대출금만 갚다 죽고 싶진 않아서 어차피 우리가 생각한 대출금액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

그래도...

하아...

하루에 이백 오십 번씩 한숨이 난다.

 

무엇보다 진짜, 영끌해서 집을 사는 게 맞긴 맞나

이 가격에 사고 땅을 치고 후회할 날이 오는 게 아닌가 두려움이 밀려온다 (어차피 살 수 있는 집도 없긴 하지만)

 

한국에 사나 

호주에 사나

흙수저의 삶이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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