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 북쪽에 사는 우리가, 퍼스 강남으로 가는 건 상당한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다.
차로 왕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은 걸리는 거리다 보니
친구들과 약속이 있거나 큰맘 먹고 계획 세워서 가는 한국 마켓 투어 같은 행사(?)가 아니고는 선뜻 가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짝꿍의 전 직장 동료들과 브런치 약속 때문에 남쪽에 가는 김에 그간 가고 싶던 곳들 몇 군데를 방문하기로 했다.
제일가고 싶었던 곳은 한국식 정육점 Kim's butcher
그리고 한국식 치즈 돈가스를 넘나 좋아하는 짝꿍의 pick, Katen
북쪽에도 아시안 슈퍼마켓은 그나마 몇 개 있지만 한국 슈퍼마켓은 전무하다. 남쪽에는 꽤 많은 한국 슈퍼마켓도 들르기로.
![](https://blog.kakaocdn.net/dn/qXwJv/btsFm5UXV63/QUcsnkDuK5b7ZG2Js2Wq7K/img.png)
![](https://blog.kakaocdn.net/dn/bm7P3R/btsFlVL2Ktx/KfcKPKnAtFqShrquhulvJK/img.png)
퍼스는 시티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물줄기를 중심으로 강남과 강북을 나눌 수 있다 ㅎㅎ
North Perth나 South Perth 같은 지명도 실제로 쓰이고,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북쪽에 사는지 남쪽에 사는지 많이들 물어보는 걸 보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현지인의 인식하고 있는 지리적 특징임은 분명해 보인다.
브런치 약속은 Gusto Food에서 있었는데, 점심을 카텐에서 한번 더 먹을 계획이었기에 여기서는 버거 하나만 시켜 나눠먹었다.
버거 반절에 커피만으로도 배가 제법 찼었는데 수다 몇 시간 떨었더니 소화가 됐다.
Gusto Food는 호주 카페의 기본 메뉴를 갖춘 동네 카페에 가깝지만 음식과 커피가 꽤 괜찮았다.
이 주변에 로컬 카페가 많아서 호주 거리를 맘껏 느끼다 내키는 데 들어가도 될 것 같다.
https://maps.app.goo.gl/oKdeKzWkwNYQH4i19
Gusto Food · 86 Angelo St, South Perth WA 6151 오스트레일리아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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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디. 어.
식사한 곳에서도 또 15분은 운전해서 가야 하는 Kim's Butcher에 도착했다.
무려 구글평점 5점 만점에 4.9점을 유지하고 있는 대단한 한국 스타일 정육점.
![](https://blog.kakaocdn.net/dn/vc1Hl/btsFqXVWmtj/tUuPFev8H6v7DDuDVm8nWK/img.png)
호주 대표적인 마트인 Woolworths나 Coles는 물론이고
동네 butcher나 Asian market에서도 나름 저렴하게 다양한 부위의 고기를 살 수 있지만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구이용 소고기나 삼겹살 같은 대표적인 한국 스타일의 고기를 찾기는 아주 아주 어렵다.
나름 음식에 까탈스러운(?) 내가 방문을 고대하던 정육점!
https://maps.app.goo.gl/7raPqVeshBqZqUhC9
Kim's Butcher · 143-147 Somerville Blvd, Winthrop WA 6150 오스트레일리아
★★★★★ · 정육점
www.google.com
문을 딱 열고 들어가니, 판매공간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그러고 보니 한국 정육점도 그렇네. 고기를 보관하는 공간은 넉넉해도 고기 진열대 앞,
손님이 가게 안으로 들어서 주문하는 곳은 아담한 게 보통이구나.
사실 보통 한국에서 본 정육점보다는 오히려 공간이 크다고 할 수도 있겠다.
소고기는 일본 와규를 취급하는 거 같았고,
돼지고기는 한국 스타일에 맞게 정형된 삼겹살이 눈에 들어왔다.
갈비, 돼지 등뼈, 쌈채소, 족발도 있었다. 그리고 각종 고기 관련 소스와 양념도 열 맞춰 진열돼 있었다.
내가 반드시 사 올 거라고 벼르던 순대는 이미 품절이었다 ㅠㅠ (다음에 전화 해보고 가야지)
한우는 아직 수입이 안 돼서 일본산 와규를 판매한다고 하셨다.
(잠깐 딴소리)
이미 알고 있던 부분이긴 했지만,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가려면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BTS다 K-POP이다 하지만 J-POP이 떠오른다고 하던 그 시대가 먼저 왔고, 갔다.
그리고 여전히 일본 브랜드와 기술력, 문화가 월등하게 높게 평가되고,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초밥, 포켓몬, 일본 브랜드의 자동차, 일본어, 옷 브랜드, 여행 가는 사람들의 수, 그리고 의료기술 등.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한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참 내세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런데, 한우가 수입되지 않는 건 사실 다행이다.
이미 한우 소비는 90퍼센트 이상 대한민국에서 이뤄지고 있는데도 가격이 그렇게 비싼데,
수입이 시작되면...
더 이상 내가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아닐 것이다.
그 고기맛을 누가 이겨, 그 맛을 어떻게 잊어 ㅠㅠ
아쉬운 대로 와규 구이용 갈빗살, 삼겹살, 물냉면, 사골육수를 샀다.
가격은 착하지 않음. 와규는 1kg에 100불 정도, 그나마도 싼 부윈데. 후덜덜.
마지막으로 한국 슈퍼마켓에 들르기 전 점심을 한 번 더 먹으러 간 카텐!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치즈돈가스가 있다고 해서 기대 만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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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욱~ 늘어나는 치즈에 미소장국까지 곁들인 치즈카츠의 첫인상은 만점.
한국의 돈가스 맛집과 다를 게 없었는데,
한 입 딱 베어무는 순간, 아쉬움이 살짝. 후각, 미각을 자극하는 그것이 한국과는 다르다.
2% 부족한 느낌, 기름도 많고, 양배추와 피클, 흰쌀밥도 좀 아쉽...
괜찮긴 했는데 한국 돈가스가 너무 그리워서 비슷한 맛을 찾는 게 아니라면 굳이 가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국 슈퍼에 들러 물냉면 면, 부침가루, 과자 등을 사서 귀가했다.
그리고 와규와 삼겹살을 맛있게 구워 먹었다.
진짜 한우와 한돈에는 못 미쳐도 정말 맛있었다.
이가 없어도 잇몸으로 사는 방법을 배우는 호주이민 새내기.
아시안 인구가 훨씬 많고, 그래서 나한테 재밌는 것도 꽤 많은 오늘의 남쪽 나들이는 이렇게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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