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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퍼스) 정착기

이민에도 공식이 있다, 이민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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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꼭 이민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해외살이가 궁금해서,
사는데 지쳐서,
자녀교육 문제로,
또는 다른 사람들의 헬조선 탈출기(?)에 자극받아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사는 걸 생각해 보게 되는 시기가 온다.

다른 사회에 가면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보다는 훨씬 나을 삶이 펼쳐질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이 스멀스멀...
그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문제는 '비자'일 것이다.

"나는, 혹은 우리 가족은, 해외에 나가서 살 자격을 얻을 수 있는가?"
이것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될수록 절실해지는데,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마음을 접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것으로 정리하며 포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소수의 절실한 사람들은 해외 살이에 도전을 한다.
만약 여기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이 두 가지를 기억하시길. 비자는!

1. 받을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빨리 받는다.
2. 그것만을 목적으로 하면 꼬이기 쉽다. 인생.

이 법칙에서 말하는 ’비자‘는 '영주권'이다.

 

1번은 드물지만 해외살이를 시작하고 (코로나 같은)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비자 자격이 됐거나, 비자받을 가능성이 있는 거 같은데 바쁘게 살다 보니 곧 신청해야지 생각만 하는 경우,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수 있다는 경고 ;)

2번은 아래의 9)와 일맥상통하는 인생의 방향과 관련된 이야기로, 비자만을 목적으로 참아가며 살면 삶이 피폐해져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흐르거나 비자를 받고도 길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 ;)

 


 
하지만 개인의 삶에서 볼 때 ’영주권=이민’은 같은 말이 아니다.
예컨대 워홀을 해서 돈을 벌어 유학을 하고, 그 후 영주권을 받겠다는 나름의 계획으로 출국한다면
본인에겐 떠나는 순간부터 이민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지만
비자 상태로 보면 워킹홀리데이 비자-학생비자-(아마도 졸업생비자 또는 스폰서비자)-영주권이라는,
각 단계마다 수년에 걸친 노력 끝에 영주권을 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 과정을 아주 짧게 2, 3년 만에 마치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십여 년간 우여곡절을 거치게 되는데
이 차이에는 타이밍과 운이라는 중요한 요소 외에도 무시하지 못할 공식이 있다.
그리고 이 공식은 '이민 성공', '이민 실패', 혹은 '역이민' 같은 변수에, 그리고 그 이후의 삶에도 장기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이민 공식]

0) 나를 잃지 않을수록

1) (이민하려는) 국가의 정책방향과 의도를 잘 이해하고 잘 겨냥할수록
2) 영어를 잘할수록
3) 이민 단위가 작을수록
4) 공부를 많이 할수록 
5) 어릴수록
6) 돈이 많을수록
7) 오래 버틸수록

 
야유가 들리는 것 같다. 너무 뻔한 답이라고.
그런데 너무 안타깝게도 내가 해외에서 실제로 만났던 대다수의 한국사람들이 이 공식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살고 있지는 않았다.
물론 (유유상종이라고) 내 신분이 높지 않았던 탓도 있겠지만, 사람이라는 게 머리로는 안다고 하면서도 자기 일에는 갖가지 핑계로 합리화하며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여하튼,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선택을 하기 전에 꼭 객관적인 시선으로 살펴보길 바란다.

자기에게 해당하는 항목이 많을수록 이민에 가까울 것이고, 이민을 준비하는 기준으로 삼는다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1) 이민하려는 국가의 정책방향과 의도를 잘 이해하고 잘 겨냥할수록, 절대적인 노력치와 비용은 적어진다.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경력, 기술, 학업을 객관화하고 그것을 최대로 써먹을 수 있는 나라와 지역을 겨냥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 만난 한 중국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중국에서 유아교육으로 대학 학위와 대학원 학위까지 받았다. 내가 이 친구를 알게 될 때 우린 같은 어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이 친구의 목표는 뉴질랜드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해 영주권을 받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아이엘츠 아카데믹 7이라는 점수가 필요했고,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영어점수를 열심히 만들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내가 어디서 이 친구가 캐나다 이민이 가능한 스펙이란 걸을 주워듣게 되었고, 이 친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친구는 즉각적으로 캐나다 영주권을 따는데 집중했고, IELTS General 점수가 필요해 몇 달 열심히 공부해 점수를 만들었다. 몇 달 후, 바로 영주권을 신청해 캐나다로 이민에 성공. 당시 원했던 뉴질랜드가 아니라 캐나다로 선회하긴 했지만 이 친구는 어마어마한 학비와 시간을 아끼는 선택을 했고, 지금까지 후회 없이 잘 살고 있다. 
국가 정책도 자주 변하기 때문에 운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기가 들고 있는 카드를 잘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2) 영어를 잘할수록 선택지는 넓어지고, 이민을 하기도, 그 이후의 삶도 훨씬 풍요로워진다.
그냥 해외에 산다고 영어가 느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 만큼 삶은 편안해지고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영어가 부족하다고 해서 못 사는 건 아니다. 살다 보면 다 살아지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그냥 자기가 만나는 사람들 안에서 큰 불편함 없이 지낼 수도 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고립된 이민자의 삶이 된다.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에 장성한 자녀와 소통이 되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3) 온 가족이 이민을 계획하는 것과 혼자 이민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딸린 식구가 있다고 이민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중한 가족이 이민의 목적일 수 있고, 이민 후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숫자가 많을수록 이민 전략은 더 철저하게 세워야 한다. 
내가 만난 한 한국인은, 아내와 아이들이 해외에서 먼저 정착할 동안 뒷바라지를 하며 기러기 부부로 지냈다. 먼저 이주한 가족이 영주권을 받자 본인도 퇴직을 하고 그 나라에서 파트너 비자를 신청해 전체 가족 이민을 마무리했다. 쉬운 결정도, 쉬운 시간도 아니었겠지만 내가 본 중에 가장 안정적으로 이민을 한 케이스다. 이런 희생 없이 일단 해외로 가고 보자는 사람들 중에 실패한 경우를 꽤 봤다. 아니면 고생을 무지 하거나. 삶이 만만한 곳은 없다. 삶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잘 선택해야 한다.
 
4) 국제학생 학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비싼 공부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는 고민되고, 가능하면 피하게 되지만 미룰수록 고생하고 늙는다는 걸 잊지 말자.  
어려서 해외 유학하고, 언어장벽 없이 영어 원어민에 가깝게 사는 사람들 이야기는 빼고 한다. 국제학교를 다녔거나 해외에서 정규교육(고등학교)을 받았다는 것은 그냥 특권 그 자체고, 어차피 그사세다. 언어 장벽이 없다는 것은 '비자문제만 해결하면 된다'라고 읽힌다.
보통 가정에서 자란 보통 사람들이라면 해외살이를 구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비자는 워킹홀리데이일 것이다. 특히 35세 미만으로 확대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늦은 나이에도 떠나고 있다.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해외 경험을 하고 싶거나,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없거나, 이민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거나, 영어공부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거나 등 많은 이유를 대며 큰 비용이 들어가는 '유학' 선택지는 가장 후순위로 놓고 검토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돈만큼, 아니 그보다 더 귀한 게 시간이라는 것, 배움에는 때가 있다는 것, 젊을 때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훨씬 많이 벌고, 훨씬 높이 간다는 것을 잊지 말자.

아,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이민하고 싶어 하는 좋은 나라들은 생각보다 보수적이라 '학위', '자격'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도. 그 나라에서 한 공부, 그 나라에서 쌓은 경력이 최우선으로 고려된다.

외국인 학생 학비가 자국민에 비해 3배가 높다고? 전문/기술직 월급이 그 나라 최저임금에 비해 2-3배는 높다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5), 6), 7)은 너무 뻔하니 넘어가는데 간단하게만 언급하자면, 일찍 배울수록 빨리 배우고, 높은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그만큼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돈이 많으면 선택지가 넓어지고, 오래 버티면 어떻게든 목적지에 도달하긴 하더라.
 

다만 이 모든 과정에 딱 하나,

이민을 하기로 선택하면서, 혹은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투자를 했으니 견뎌야 한다고 믿으며, 비자가 잘 나오는 전공이라고 자기는 조금도 관심 걸 배워가며,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이용해 가며, 본인에게 고통스러운 선택을 하는 경우가 꽤 있다.

물론, 본인만큼 자신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런 경우 1), 2), 3), 4), 5), 6), 7) 모두 어렵기 때문에 비자가 나오고서도 인생 꼬이기 십상이다.

정말 '비자'만을 목적으로, 두려움에 쫓겨 내리는 근시안적인 선택은 경계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주 의미 있는 것만을 쫓아도 시간은 빠르게 간다. 이유를 잊어버린 목적을 쫓느라 허송세월 보내면 화만 남는다. 어디에 사느냐는 두 번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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