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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a Dental Technician

호주에서 치기공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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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기공, 그리고 VISA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치기공이 이민 가능한 직업군에 있어서 호주 유학 후 이민을 목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에 꽤 있었다고 들었다.
지금도 네이버 검색하면 치기공 유학 후 이민이라고 광고하는 유학원을 볼 수 있는데

많은 부분 거짓말(?)이거나 아주 대운(?)이 들어야 가능한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로 보인다.

호주에서 치기공이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호주에서 Dental Techinician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문대학과 비슷한 디플로마(Diploma) 과정인데, 4년 동안 Dental Laboratory에서 수습생(Apprentice)으로 일을 하며 TAFE 교육과정을 병행해야 한다.

이것도 4년을 잘 버티면 치기공이 될 수 있다는 말이지 치기공으로 취업을 보장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여하튼 호주가 숙련된 노동자’를 받아들임으로써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해도 외국인 신분으로는 이런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Apprentice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게 현실인 것 같다.

 

아예 다른 방법으로, 한국에서 치기공사 자격을 가지고 경력을 쌓았다면 기술이민을 고려해 볼 수 있는 거 같고, 운 좋게 호주에서 치기공으로 취업할 스폰서를 찾는 게 가능성이 높지 싶다. 하지만 이민해야겠다는 생각에 현실을 또렷하게 보지 못하는 경우나 제한된 정보로 냅다 뛰어는 경우가 꽤 있어 보이니 꼭 전문가에게 객관적이고 자세한 정보를 들고 상담받은 후 결정했으면 좋겠다. 예컨대 2년짜리 치기공 Diploma 코스 후 이민하라는 유학원 광고를 본 적이 있는데 사실인지 정말 모르겠고,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과정 자체는 사실이라 해도 개인적으로 이미 상당한 기술력과 경험, 어느 정도 영어가 받쳐주지 않으면 구직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멜버른에서 만난 한국인이 호주에서 치기공 유학해 영주권 딴 경우를 봤고, 꽤 오래전에 치기공으로서 기술이민을 온 가족을 봤지만 여기서 치기공 관련 정보를 접하고 생활한 지 근 2년이 되는 시간 동안 내가 실제로 목격한 건 영주권 취득 후 새로운 진로로 선택하거나 또는 파트너가 안정적인 비자가 있어 신분이 자유로운 경우(?) 밖에 없었다는 거.

 

반면 간호 관련해 영주권 취득하는 케이스는 부지기수이다. 이민은 큰 결정이고 시간적, 물질적으로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만큼 잘 알아보고 선택했으면 하는 기우에 적어본다.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켜본 바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버티는 사람은 결국 받고 마는 게 VISA라고 생각한다. 다만, 객관적으로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분명한 것이 있다면 (그것이 영어든, 필요한 학력이든, 그 무엇이든) 어느 단계에서나 바로 그것이 문제의 원인이 되고 끝끝내 발목을 잡더라. 고로 피하는 것보다는 정면으로 해결해 가면서 비자를 준비하시길.

 

 

치기공, 그 후

많은 사람들이 치기공에 대해 쉽게 얘기하는 한 가지는 '사양 산업'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기계화되지 않고 손으로 작업을 많이 하던 시절에는 일거리가 많았겠지만 CAM, CAD, 3D 프린터 등 컴퓨터 중심으로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기술에 쉽게 대체되지 직업이지 않겠나 하는 논리적 사고(?)에서 나오는 얘기지 싶다. 현장에서 보기에도 확실히 컴퓨터의 활용이 많아지고, 빠르게 변화를 탄 lab의 상승과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lab의 도태가 눈에 두드러지는 만큼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결국 사람 몸이라는 물리적인 대상의 입에 넣는 걸 제작하는 거라 사람의 손이 닿지 않고는 끝날 수 없는 일이고, 같은 논리를 의사, 변호사, 회계사, IT관련 직군, 요리사, 식당 종업원, 옷가게 점원 등 어떤 직업에 대입해도 열외인 직업이 있기는 한 건가 싶어 '그럼 뭘 해 먹고살란 말인가'란 질문이 절로 나온다.

 

오히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기술의 변화에 맞게 끊임없이 공부할 각오가 없이는, 특히 이민자로서 갖는 네트워크의 한계,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때문에 더 쉽게 도태될 수밖에 없으니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진리에 가까운 사실을 받아들이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어차피 세상에 쉬운 일은 없더라고.......

 

 

치기공사를 향해 첫 발을 내딛는 방법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서호주를 기준으로 호주 치기공사가 부족한 지,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TAFE Certification 3에 해당하는 코스(Dental Laboratory Assisting)가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을 예로 들어 간단히 설명하자면, 강원도 차원에서 6개월짜리 국비지원 교육과정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나의 경우 2023년 2학기에 이 코스를 수강했고, 작년 12월, 큰 무리 없이 수료할 수 있었다.

물론, 영어 원어민이 1시간이면 끝낼 숙제도 4시간-6시간을 써야 했고, 여전히 다 이해하지 못했고, 공부하랴 파트타임 아르바이트하랴 생계의 압박을 느꼈지만. 더 큰 고통은, 이 코스를 수료한다고 수습생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는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었고.

 

이 Certification 3 코스는 치기공이 되기 위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게 아니고, 글 서두에 언급한 4년짜리 Diploma 코스의 선행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 학급 학생들은 Certification 4인 Diploma과정은 지원해 줄 고용주를 아직 찾지 못했거나, 나같이 영어가 안 돼서 선행 학습이 필요하거나, 자기가 진짜 이 일을 하고 싶은 건지 알아보기 위해서거나, 심지어 심심해서 들어본다는 애들까지 다양했다.

 

이중에 본인이 Cert 4로 공부를 지속하고자 한 경우, 영어 원어민은 100% 일을 구했고, 나처럼 영어를 제2외국어로 하는 학생은 약 60- 70% 일을 구한 것 같다. 듣기로 호주 애들은 Cert 3을 수료하지 않고도 고용주를 구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여하튼 나는 정말 운이 좋게도 수료한지 얼마 안돼 세 군데서 면접 기회를 얻었고, 결국 두 군데에 합격을 해 그중 한 군데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나는 마흔 줄에 들어서겠지만 무사히 잘 재밌게 마칠 수 있기를,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 참고로 Apprenticeship은 다양한 기술직군에서 다음 세대의 기술자를 키우기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장 경험과 공부를 병행하며 전문가로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전기기사, 정비사, 미용사, 요리사, 용접기사, 배관공 등 아주 광범위한 직종을 망라하고, 호주는 물론 캐나다, 영국, 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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