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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iland 2023

여행을 가자, 태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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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자, 여행.

 

여행을 가고 싶었다.

오늘이 어제인지, 어제가 지난 주였는지 모르겠는, 조용하고 별일 없는 일상이 지루하다 느껴지는 요즘

 

나의 머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불안이란 놈에게 지배당한 몸이

기억력의 이상이나 시간이 증발해버리는 것 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진 않은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덜 의심하는 것에 익숙해가져 가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출국이 몇 달 앞으로 다가오고

별로 할 일 없는 마지막 겨울에 대한 짝꿍의 기대감이 커져오는 이때,

 

따뜻한 곳에서의 긴 호흡의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그녀가 한국에 왔던 그 해 여름,

휴가차 떠났던 제주도를 그리워하는 짝꿍을 위해

제주도 한 달 살기 같은 걸 해볼까 고민했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렁이는 열정 따위를 찾을 수 없었다.

 

뭐, 따뜻하겠지

뭐, 평화롭고 아름답겠지

뭐,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놀러 와도 재미있겠지

이상의 감흥이 생기지 않았다.

마음의 소리를 알아차렸다면, 솔직해질 차례.

 

노놉. 한국 어딘가에서 뻔하디 뻔한 휴가를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뭔가 20대의 발랄함과 에너지를 다시 느끼고 싶다고요.

아직은 건재한 30대인데, 에너지를 맘껏 낭비하며 제법 긴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이 소중한 시간을

실컷 자고 평화를 찾는 요양으로 보낼 수는 없잖아요.

어려움에 부딪혀도, 짜증이 올라와도 이 순간이 지나갈 것이라 믿으며

기억에 콕 박혀 오래 곱씹을 수 있는 여행이 하고 싶다고요. 

 

나는. 충분히. 오래. 콕. 처박혀. 있었다오.

 

 

나의 강력한 어필에 그녀는 쉽게 동의해줬고,

한국에서 떠나는 여행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여행지,

태국에 가기로 했다.

 

일본, 동남아시아, 타이완, 싱가포르 등... 안 가본 모든 곳,

그리고 LGBT friendly 여러 나라가 후보에 올랐지만

 

우리 여행의 확고한 콘셉트, 기간과 budget을 고려한 후보지 중에

베트남보다는 필리핀, 필리핀보다는 태국이라는 

그녀의 확고한 의견을 존중하여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태국은 오래전부터 가고 싶은 나라 중 하나였기에,

너무 신나, 신나고 씬나ㅡ 

 

신나 죽는 나를 보고 사랑스럽다고 해주는 네가 있어서 더 신나 :)

 

 

태국으로 가자.

 

 

 

2. 여행 일정

 

짝꿍이 오래전에 오랜 기간 머물렀던 치앙마이를 꼭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치앙마이는 일단 찜.

방콕에서 터를 잡고 멋지게 살고 있는 대학 동기이자 소중하(지만 얄미울 때도 있)고 믿을 수 있는 오랜 친구에게 의견을 물으니

피피 아일랜드(Ko Phiphi)를 추천해주었다.

 

외국인에게는 인기가 많지만 한국인에게는 아직은 좀 생소하고,

낮에는 환상적인 풍경, 밤에는 아주 뜨겁고 신나는, 잠들지 않는 젊음을 즐길 수 있을 거라 했다.

마음은 젊지만 몸은 그렇지만은 않아 뭐 얼마나 즐길 수 있겠냐만은 

이번 여행을 꿈꾸게 된 내 마음을 읽었나 싶은 멘트에 단번에 넘어갔다.

아, 그리고 크래비/끄라비(Krabi)라는 지역도 충분히 매력적이어서 여기를 찍고 섬으로 들어가는 코스가

딱 좋아 보였다.

 

Chiang Mai(6) - Krabi(2) - Ko Phiphi(2) - Bangkok(3)

 

탕탕탕. 

 

생각할수록 하루라도 더 길게 머물고 싶은 마음은

결국 초기 계획보다 이틀을 더 보탠 2주 일정으로 정해졌다.

여전히 아쉽지만 아쉬움은 아쉬운 대로 받아들이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테지.

 

 

 

3.

 

네가 태국에 완전히 빠져버릴까 봐 걱정이야.

 

왜? 안녕, 하고서 나는 그곳에 머물까 봐?

 

너는 미소 지을 뿐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나도 잠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30대의 너를 붙잡았던 곳, 말로 다 할 수 없는 해방감에 몇 년이나 머물렀던 그곳에 우리는 함께 간다.

너와 많이 닮은 내가, 그곳을 너무나 사랑하게 되면 어떡하지?

 

오늘 일어날 일을 알았던 어제는 없기에, 

두려움과 걱정이 내일을 결정하지 않는 삶을 살기로 한 우리,

손잡고 같이 가보자 :)

 

정말이지 아직은 머물고 싶은 곳이 없어 답답하기도 하지만

네가 없는 곳에 머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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