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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journal

사랑과 이별의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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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는 수밖에 없는 거다.

 

내가 호주에 가면

이제 60대에 진입해, 코로나 지원금은 어떻게 신청하는지, 핸드폰의 기능은 어떻게 조작하는지,

같이 일하는 아줌마가 샀는데 좋다 하니 이것저것 시켜보라고 필요할 때만 연락하시는 내 부모님은 누가 돌보고,

이제 초등학생이 되어 제법 어른스러워지긴 했지만, 전화하면 "꼬모~~~!! 언제 와요~~??" 하는,

어몽어스도 같이 하고, 닌텐도 게임도 같이 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나와 참 비슷하게 생긴,

어떤 표현으로도 이 녀석들을 향한 사랑을 다 표현할 수 없는 내 조카들은 언제 다시 보냔 말이다.

잠잠하다가도 어느 날 아침 눈떠 확인하면 300+가 우스운 오랜 친구들과의 그룹채팅방에,

모두 열심히 보는 웹툰 업로드됐다고 알려주고, 풀무원 행사 쿠폰 떴으니 서둘러 구입하라고 알려주고,

코로나 때문에, 꼬맹이들 때문에, 각자의 바쁜 일상으로,

일 년에 한 번, 이년에 한 번밖에 얼굴을 못 봐도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한 친구들과

기약 없는 이별을 어떻게 하느냔 말이다.

 

그뿐인가,

타지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어색한 웃음을 띄우며 다 알아들은 척, 어물쩡 긍정적인 미소로 넘기며 느끼는 바보 된 느낌을,

내가 뱉는 별 뜻 없는 말이 서툰 표현에 담겨 실례가 되진 않을까, 상처를 주진 않을까, 입 다물고 지나가는 순간의 서글픔을,

나의 넘치는 유머로 때론 사람들 앞에 나서, 웃긴녀석이 되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고

나름 지성인으로 믿고 살아온 나의 자존감을 해치는 순간들을 견딘다는 것이...

평생 카페에서 커피 만들거나, 식당에서 서빙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은 미래를...

먹는 걸 유난히 좋아하는 내가, 비싸지 않아도 항상 맛있고 배가 부른 소울푸드에 소주 한잔 걸치며

일상의 고단함을 잊는 시간을,

그것이 어떤 건지 다 아는 이 나이에

내 손으로 선택하고 견딜 수 있겠느냔 말이다. 

 

게다가

내가 포기하는 걸,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외로움을 알아주고,

함께 헤쳐나갈 거라고, 그래도 평생 함께할 거라고 약속하는 네가 아닌 걸.

오히려 나와 비슷한 면이 참 많은 너는,

나의 힘든 마음을 포함해 네가 감당해야 할 어려움들을 생각하며 걱정하고 있는 게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튼튼하게 서서 우리 앞에 오는 장애물들을 치워가며, 때론 몸으로 감당해가며,

변치 않고 사랑하는 그 말도 안 되는 미래를,

그걸,

선택하라고?

 

아니,

아니,

헤어질 수밖에 없는 거고, 고통은 빨리 해치우는 게 나을 테고.

그러니 여기까지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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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물을 흘리고,

사람들이 마음의 결정을 내리면 으레 그렇듯

고통스럽지만 차가운 얼굴을 쓰고

너의 세계에서 오늘 반드시 끝내야 하는 일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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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유는 이거야.

나는 내가 없인 안되는 네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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