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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journal

헤어지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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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버리면 많이 아플 거란 걸 부정할 수 없는 늦은 밤.

분명 별거 아닌 걸로 투닥거리기 시작했는데

오늘도 헤어지네 마네 하며 최악을 달린다.

이럴 때는 언어장벽도 없다.

결국 누가 더 끈질기게 못되질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 같다.

 

요즘 문제는 그런 거였다.

한국에 들어온 지 일 년이 좀 지난 이 시점

우리는 비자를 신청하기로 했었다.

그래야 앞으로 일 년 후, 다시 호주로 가기로 한 그 시점에는 비자가 나와

함께 갈 수 있을 거란 계산이었다.

 

하지만 함께 지내는 일 년 동안 우린 제법 많이 싸웠고,

조금은 지쳐있었고,

삶은 바빠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을 시간도 빠듯했고,

주말에는 함께 낄낄거리고 놀거나, 투닥거리고 싸우느라 시간은 빠르게만 흐른 것이다.

 

그런데 좀처럼 나이가 들고 성숙해지지 않는 나의 심통은

아무리 바쁘고 (함께 놀았어도) 그 중요한 일을,

어쩌면 다시 얼마간 떨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을,

내 영어실력으로는 어찌할 수(없다고 핑계를 대 왔다) 없는 어려운 일을!

좀처럼 마음잡고 해치우려 하지 않는다며

이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우리 미래 따윈 걱정하지 않는 거라고 치부하며 

자꾸 이 관계를 끝내버리는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다.

 

그래, 

어서 정착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들 때마다 

이 사람을 들볶지 않고는 어쩌지 못하겠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마음을 긁어가며 또 싸웠다.

그리고 이 밤 내내 나는 울고, 가슴이 묵직하게 아파오는 것을 견디고 있는 신세가 됐다.

 

아니 이제는 같은 문제를 놓고 이렇게 싸워도

몇 주째 노력하는 모습조차 없는 이 사람을 보며

내가 심통을 부리기 위해 가정한 것들이 진실이라고 판명 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늘도 헤어질 마음을 굳히며...

이 사람이 코딩 프로그램을 가지고 놀고 있는 사이에.

나는 이렇게 키보드를 투닥거리며 한글을 쓴다.

 

이렇게 헤어지고 한국에 남으리라,

당분간 아파도 죽기야 하겠느냐.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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