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레노베이션, 줄눈 시공 DIY

진짜 수고스러운(?) 줄눈 제거를 마치고 기운이 다 빠져버렸다. 내팽개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도 이미 파낸 줄눈을 그냥 둘 수는 없으니 채우긴 채워야 하는데
사람을 쓰는 건 너무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이 꽉 물고 짝꿍과 둘이서 해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어떤 레노베이션을 직접 해도 줄눈을 제거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을 거 같았다는…ㅋㅋ
 

 
텅 빈 줄눈 채우기에 돌입.
버닝스에 가서 grout를 구입한다. 줄눈이 3mm 이상으로 넓고, 바닥에 쓰이는 줄눈에는 sanded grout가 적합하다고 한다.
 

우리는 Dunlop 브랜드 Misty grey 색상으로 택했다. 5kg짜리랑 15kg 봉투 포장이 있었다. 포장 뒷면에 보면 줄눈 시공하는 바닥 넓이+줄눈 넓이에 따라 얼마나 필요한지 대략적으로 계산할 수 있게 적혀있다. 우린 15kg이면 될 것도 같았는데 혹시 몰라 작은 포장도 추가로 샀다. 버닝스가 좋은 점 중의 하나가 환불이 무척 쉽다는 것이다.

물과 섞어 너무 묽거나 되지 않게 잘 개서 치약정도의 질감이 되면 타일 사이사이 줄눈에 들어가도록 예각으로 잘~ 밀어 넣어 준다. 이때  grout float이라고 불리는 공구를 사용한다.
 

 
우리가 산 grout float은 바닥이 고무로 된 것으로 어떤 타일 전문가가 추천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골랐다. 스펀지 바닥으로 된 것보다 좀 무겁긴 한 거 같지만 튼튼하고 손상이 적어서 꽤 만족스러웠다. 전문가에 따르면 특히 바닥 같은데 sanded grout를 할 때 추천할만한 거라고 한다.
 

 
이렇게 되직하게 섞어서
 

 
줄눈을 넣은 후 물을 다 짜낸 스펀지로 살살 문질러 줄눈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타일에 남은 잔여물을 닦아내야 하는데 사진 찍는 걸 깜박했다.
요점은 스펀지에 물기가 흥건하지 않도록 꼭~ 짜서 줄눈 표면만 원을 그리며 문질문질 해주고 (세차하는 느낌으로), 계속 물을 갈아 깨끗하게 타일을 닦아내는 것이다.
 

줄눈 시공을 새로한 곳과 하지 않은 곳의 경계가 확연함

 
이 작업 또한 만만하진 않았지만, 줄눈 시공 전후의 차이가 확연해 만족도 상. (줄눈 갈아내는 게 그렇게 힘들줄 알았으면 안 했을 수도...)

왼쪽이 전 (before), 오른쪽이 후 (after)
어쩔 수 없이 90년대 타일 스타일은 지울 수 없어도 나름 깔끔하게 변신 성공했다.
그리고 타일이 유광이라 사진보다는 실제 눈으로 보는 게 더 괜찮은 듯 ㅋㅋ
이 작업도 2명이서 7시간은 걸린 것 같다. 
줄눈 넣고, 줄눈 문질러주고, 타일 닦아내고, 청소하고.
 
그리고 줄눈 시공 72시간 후 grout sealer라는 줄눈 코팅제(?)를 칠해 마무리 했다.
이건 줄눈이 떨어져 나가거나 오염되는 걸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이라는데 아무래도 바닥 줄눈이고 색이 밝은 편이다 보니 신경이 쓰여서 했다. 
제품에 따라 6개월 또는 1년 주기로 덧발라주면 좋다고 하는데 그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 집에 대한 열정이 남아있어 또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욕실 줄눈 같은 거라면 방수가 신경 쓰여서 덧바르겠지만...
 

 
던롭 줄눈을 쓰기도 했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합리적이어서 선택한 sealer.
이걸 바르고 24시간~72시간 정도 지나면 다 마른다고 한다.
그 후 줄눈에 물을 떨어뜨리면 이렇게 코팅이 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세차하고 차 표면이나 유리 코팅해 주는 거랑 똑같음.
 

 
이렇게 줄눈 대장정은 끝이 났다.
예산은 대략 grout 구입 60 + grout float 35 + 스펀지 8 + sealer 17 = 120 달러 :)
 
다음 프로젝트로...!
 
이사는 언제 들어가나...